노바에 진정한 뉴비는 없다.

by 소리 posted Nov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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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로 8년 만에 노바에 복귀한 지 2주차 된 소리입니다.

2주동안 노바를 통해 얻은 경험 및 뉴비의 입장으로서 말씀드립니다.

104레벨 계정, 아무 아이템도 없는 상태로 복귀를 했고

복귀 한 뒤 기지디펜스 10시간 가량, U자원 6시간 정도 진행한 것 같고

레벨 108에 25프로, 랜덤매치는 230승 219패 정도,  랜덤매치 BP는 440 언저리입니다.

길드원과 한수 및 내전 경기까지 합하면 여기에 100경기정도 추가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근 2주동안 가장 많이 노바에 접속한 사람 중 1명일 것 같습니다.

현질은 2주동안 30만원 가량 했으며, 아직도 플레이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재미를 느끼며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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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를 접속하는 유저 中 진정한 뉴비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처음 노바1492가 부활한 (클베, 위켓 이후) 2015년 경이면 모를까

지금 이 시점에는 노바를 처음부터 배우려고 하는 중, 고등학생은 한 명도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게임이며 그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유저 수가 적다보니 겨우 2주 플레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랜덤매치를 하는 모든 유저들의 닉네임을 외웠고

그 사람의 실력이 어떠한지, 스킬은 얼마나 잘 쓰는지, 피하고 싶은 사람이라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저도 피하고 싶은 유저일 수 있겠죠.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은

지금도 노바에 저녁 8시만 되면 접속해서 퀘스트를 하고 매치를 하고 어쩌면 이 글을 보는 모든 유저가

노바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잊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와트 1을 낮추기 위해 스패너를 사고

10번덱과 3번 스킬셋을 지르며

조금이라도 좋은 옵션을 얻기 위해 현질을 하는 유저들이 이 게임을 아직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비록 랜덤매치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라고 할 지라도 말이죠.

겨우 2주 플레이 했는데도 랜덤매치라는 시스템이 올바르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며 자기 원하는 대로만 뽑아서 일반경기만 치르고, 적기지격파와 5분버티기만 해본

어쩌면 매치 경험은 있더라도 동칼 이상은 못 가본 정말 말 그대로의 쌩 뉴비가 이 게임에 들어오면 적응할 수 있을까요?

랜덤매치라고 적응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노바는 맵에 따라 유닛을 다르게 가져가야 하며

유닛에 맞는 스킬 셋도 다르게 가져가야 하고

그 스킬과 유닛들은 적재적소한 컨트롤을 해야하며

적의 유닛에 맞춰 상황판단도 해야하고

옆기지의 오버소리에 맞춰 1초만에 우리팀 유닛과 상대팀 유닛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유닛을 뽑아야 하는 게임입니다.

또한, 레벨에 따른 차이가 존재해 단순 노가다인 퀘스트를 끝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적어도 110레벨은 넘겨야 와트통 차이가 나지 않고, 900 데빌을 두마리 뽑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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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랜덤매치가 처음 도입되던 시점에는

이런 동칼유저들도 적응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6년가량이 지난 지금은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어차피 그런 유저들은 지금 이 게임을 굴러가게 하기 위한 원동력이 아니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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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노바의 세계에서 말하는 고수였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구놉시절에는 이름조차 없는 찌끄래기 동칼유저였으며

그나마 게임을 했던 클베시절에는 기껏해야 동쌍칼~은쌍칼 겨우 왔다갔다하는 유저 였고,

정해진 포지션도 샤밖에 없어 메탈존에서 샤만 플레이 했던 유저입니다.

다른 맵으로는 약육강식을 했던 정도이지 개념조차도 부족했던 시절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 게임이 좋았습니다.

모든 매치방에 비번이 걸려 있어도,

칼 유저들 방, 쌍칼 유저들 방, 타유저들 방 매치는 다 나뉘어져서 돌아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게임이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매일 밤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3명의 유저들과 함께 매치를 하던 그 시절의 느낌

그 때 쓰던 스킬의 감촉, 스케이트 타면서 공격하는 발칸의 공격소리

샤누로 한대씩 때리면서 라인 조금씩 밀면서 하프치는 그 손 맛이 떠올라

다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랜덤매치의 느낌이 아니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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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 게임인, 메이플과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유저들 모두 학창시절 때 우리들을 미치게 했던 게임이지만

지금은 그 어떤 학창시절 아이들도 크레이지아케이드와 메이플을 즐겨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 게임 연령대도 20~30대를 넘어선지 오래이니 말입니다.

노바 역시 비슷합니다.

이 게임에 돌아오고자 하는 유저들 중에

단 돈 만원, 이만원 아까워서 현질 못하는 유저는 없습니다.

이미 대다수가 경제적 활동 인구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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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지금 이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과

일반 매치 시절로 돌아가는 것에

과거 유저들의 적응도에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럴 수는 있습니다.

저 같이 노바에서 아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이 복귀한 유저가

매치방은 3-4개 밖에 없는데 다 비번방 걸려 있다면

그래서 매치할 기회 조차 잡을 수 없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저는 지금 이 게임을 하려고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

진정으로 노바를 제대로 플레이하고자 하는 뉴비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은 다를 수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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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가 가져가야하는 브랜드 가치'향수'입니다.

그러나 그 '향수'가 절대로 게임의 '자유도'는 아닙니다.

아무 유닛이나 뽑아서 공격하는 것의 '매력'을 느꼈던 유저는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승리'하기 위해 조합을 연구했던 것이고

그렇기에 매치의 방들 역시 다양한 스타일로 존재했던 것입니다.

정석, 오버, 테러 같은 스타일 적인 측면부터

메탈존, 페어, 약육강식, 쌍둥이자리 같은 맵 적인 측면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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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의 동접수를 늘리는데에 이 랜덤매치 시스템이 중요할까요?

아니 동접수를 유지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유지' 해야할까요?

이미 16인 매치조차 돌릴 수 없을 정도로 게임의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지금은 변화를 주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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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는 옛날의 노바가 돌아왔다라는 홍보와 더붙어

일반매치를 부활시키는 것이

노바를 사랑하고 있는 지금의 골수 유저들에게

'향수'를 느끼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옛날 일반 매치를 해본 경험이 있는 유저들에게

지금의 시즌덱과 3.5대여 시스템이면

충분하다고 역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붙어 랜덤매치에 질려 떠난 유저들 역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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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좋은 판단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